2024년, 감각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SEMIWARM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총괄하게 되었습니다. ‘semi-warm’이라는 이름처럼, 이 브랜드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감정의 중간값을 다루고자 했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그 미묘한 온도를 웹과 앱의 UI 흐름 안에서 체감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이커머스 구조로는 이 브랜드의 여백과 리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빠르고 기능적인 사용성보다는, 천천히 머물게 하고, 한 호흡 더 쉬게 만드는 인터페이스를 기획했습니다.
🎛️ 인터페이스 설계의 출발점은 ‘감정’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제품 상세 페이지부터 구조를 바꾸었습니다. 일반적인 페이지는 가격이나 구매 버튼이 상단에 배치되지만, SEMIWARM에서는 제품이 유도하는 감각적 상황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룸미스트의 첫 화면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 향은 오후 3시, 빛과 그림자가 맞닿는 곳에서 천천히 피어납니다.”
그 뒤를 이어 제품의 이름과 향료, 구성 정보를 서서히 노출시켰습니다. 시각적 언어를 통해 제품에 대한 판단이 아닌, 느낌을 먼저 유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 덜어내는 디자인, 천천히 전환되는 컴포넌트
UI 컴포넌트는 최소한의 단위로 축소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텍스트 없이 dot UI로 처리하고, 버튼과 탭 간 전환에는 페이드 트랜지션을 적용했습니다. 사용자의 시선이 흔들리기보다 ‘잔잔하게 흘러가도록’ 리듬을 설계했습니다.
Figma로 전체 와이어프레임과 디자인 시스템을 정리한 뒤, 주요 인터랙션은 Protopie로 테스트했습니다. 특히 감정 메모 영역이나 후기 작성 단계에서의 마이크로 인터랙션은 개발사와 핸드오프 없이 직접 CSS 변형까지 협의하며 구현했습니다.
🧭 구매를 유도하지 않고, 공감을 설계했습니다.
UX 흐름도 단순한 구매 전환보다는,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도록 구성했습니다.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기 전,
“지금 이 제품을 사고 싶은 이유를 한 문장으로 남겨주세요.”
라는 감정 질문을 배치했습니다.
이 답변은 이후 제품과 함께 도착하는 감각 노트에 인쇄되어 배송됩니다. 한 사람의 내면이 브랜드의 일부분으로 되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반복 사용자는 자신의 지난 메모와 새 감정을 비교하며 작은 ‘자기기록 루프’를 경험하게 됩니다.
🧩 결과, 그리고 확신
런칭 3개월 후 사용자 설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편안함’, ‘느림’, ‘기억에 남는다’였습니다.
한 사용자는 이렇게 남겼습니다.
“이 앱은 쇼핑몰이라기보단, 나를 배려하는 공간 같아요.”
✍ 회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이기 이전에, 감정의 리듬을 전달하는 무대라는 사실을요.
우리는 종종 빠른 클릭과 정확한 정렬을 ‘좋은 UI’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 더 숨을 쉬게 만드는 흐름’이야말로 사람을 기억에 남게 하는 디자인이라고 믿습니다.